
당신이 집에서 논다는 거짓말
_2020 정아은
"집에서 논다"
"남편에게 얹혀 산다"
하루 종일 쉴 틈 없이 움직였는데도
매 순간 자신의 행위를 부정당하는 말.
주부의 노동을 폄하하는 사회현상의 저변에
무엇이 있는지를 밝히고자 하는 책.
모든 일의 핵심에 있는 "돈 문제"
사람들이 존경하는 인물 1순위를 세종대왕이 아닌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 같은 기업가가 차지하는 시대를 살면서
무보수로 행하는 자신의 일을
'일'이라 말하지 못하는 이들이 딛고 선 공간은
자본이 점거한 세상에서 동떨어져 홀로 존재하는 세상.
'사랑'과 '헌신'으로 꾸며져 있지만,
소외감과 황량함으로 가득 찬 외딴섬.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쉽게 손이 가지 않았던 책들을
저자의 설명을 통해 접할 수 있어 재미있었습니다.
딱딱한 경제학 이야기를 비교적 편안하게
읽을 수 있어 단숨에 읽게 되더군요.
| 목차박스 |
| 1. 경제학은 왜 가사노동을 보지 못했을까? 《자본론》《돈의 철학 》《국부론》 2. 경제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노동 《보이지 않는 가슴》 《잠깐 애덤 스미스 씨, 저녁은 누가 차려줬어요?》 3. 여성의 무급노동은 왜 당연한 일이 되었나? 《캘리번과 마녀》《가부장제와 자본주의》 4. 마무리 - 돌봄의 가치와 우리가 바꿔야 할 사회 |
저자의 설명과 해석입니다.
1. 경제학은 왜 가사노동을 보지 못했을까?
1) 카를 마르크스 [자본론] : 자본주의가 부를 낳고 불평등을 만드는 과정 설명
- 자본가가 노동자를 통해 상품을 만들어내고 팔아
이윤을 챙기는 과정을 반복하며,
자본가의 부는 증폭되고 노동자는
노동력을 팔지 않으면 먹고살기 힘든 상태가 된다.
(노동자는 또 소비자로 자본가의 배를 불린다) - 자본주의는 "노동자"로 인해 굴러간다.
- 자본가의 종잣돈은 "착취, 절도, 강도질"에서 온 것
→ 이제 더 이상 식민지가 존재하지 않고,
자본이 예전처럼 큰 이윤창출을 못하기에,
소유한 자산의 희소가치를 올려 집값이 폭등하고,
경기침체가 종종 오게 된다. (체제 내에 이미 불황의 싹이 존재)
→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출현과정에서 인간이 어떻게 억압당했는가라는 문제를 다룬 사상가이지만,
인류의 절반을 차지하고, 생명을 창출하는 '여성'이 빠져있었다.
2) 게오르크 지멜의 [돈의 철학]
- 돈의 파괴력
돈만 있으면 여성도 성별의 굴레에서 벗어남.
인간을 자유롭게 하면서도,
돈에 종속되게 만드는 역설.
→ 수많은 가사노동을 한방에 면제해 주는 말 "회사 간다"
3) 애덤 스미스 [국부론] : 국가는 어떻게 부유해지는가?
- 모두가 '자신의 이익 추구'를 위해 일하는 경제적 인간이다.
- 분업으로 생산성이 극대화되어 사회의 부는 증가한다.
- 대표 개념은 분업, 자유시장, 보이지 않는 손.
→ 돈으로 환산되지 않은 노동을 하는 주부는 '경제적 인간'이 아니었다.
경제전망, 국민총생산 같은 공식적 수치에 배제되므로 여성은 '집에서 논다'라는 말을 듣게 된다.
→ 경제적인간은 '남성'기준에서 나온 개념으로
한쪽 성은 이익만 추구하는 차가운 성정으로
다른 한쪽은 감정만을 추구하는 따뜻한 성정으로 못 박아 놓았던 것이다.
아래 책은 자본론, 국부론을
여성의 노동과 돌봄이라는 관점에서 다시 생각하게 하는 책입니다.
2. 경제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노동
1) 낸시 폴브레의 [보이지 않는 가슴] : 경제를 움직이는 것은 보이지 않는 손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돌봄이다.
- 핵심 개념 : 돌봄 경제, 무급노동, 시장과 가족, 사회적 책임
- 돈을 벌어들이는 노동뿐 아니라
사람을 키우고 돌보는 노동도 경제의 기반이다. - 금전이 최고의 가치로 군림하는 자본주의사회에서
이기적 욕망에 충실한 이들이 경제적 보상과
사회적 명예를 누리는 동안,
남을 돌보는 이타적 가치에 충실한 이들은
보상은커녕, 자신의 의식주조차 조달할 수 없는 취약한 처지가 된다. - 돌봄이 국가적 차원에서 새롭게 조직되어야 한다.
→ 아이는 부모의 사적 소유물이 아니라
"공공재"성격을 가진다. 그렇기에 사회는 부모의 노력을 인정하고 보상해야 한다.
부모가 제 역할을 못할 경우, 사회는 부모 대신 아이를 좋은 영향력을 발휘하는 공공재로 키워내야 한다.
2) [잠깐 애덤 스미스 씨, 저녁은 누가 차려줬어요?] :경제학의 한계는 여성의 노동, 돌봄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
- 인간은 서로 의존하고 돌보며 살아가는 존재다.
- 경제학은 인간을 이기적 존재로만 가정한다.
- 누가 경제활동을 가능하게 했는가? 누가 먹이고 키우고 돌보았는가?
3. 여성의 무급노동은 어떻게 당연한 일이 되었나?
1) [캘리번과 마녀]: 자본주의는 여성의 몸과 노동을 통제하고, 무급 가사노동을 기반으로 발전했다.
- 봉건주의 시대 토지의 사유화에서 시작
→ 농민들은 토지를 빼앗기고 쫓겨나게 되어
생계수단을 잃으면서 공장에서 푼돈 받고 일하는
노동자가 되게 했다. - 토지를 빼앗긴 남성노동자들이 분노하자,
그들을 달래기 위해 여성을 남성의 종속물처럼 만들었다.
가정에서 무상으로 요리·집안일·육아를 하는 아내를 통해 혜택을 누리게 함. - 마녀사냥은 왜 일어났는가?
순종적 여성 외의 모든 여성은 마녀사냥으로 화형대에 보내져 죽을 수 있었다.
여성의 지식과 자율성을 억압하고, 여성의 몸과 출산을 통제하는 사회적 과정이었다.
→ 인체와 약초, 출산에 관한 지식을 쌓아온 노파가 환자를 치료하고, 아이를 받고, 여성의 피임과 임신중지를 도왔으나, 마녀사냥으로 다 죽고,
→ 마녀사냥이 여성의 전통적인 의료 지식과 자율성을 약화시키고, 의료 영역에서 남성 중심의 전문직 체계가 강화되는 과정과 연결.
2)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 여성의 가사노동과 육아를 다룬 책 중 가장 밀도 높은 책
- 원래 누구의 것도 아닌 것을
"이제부터 내 거야" 라며 사유화하기 시작했고,
삶의 터전을 잃은 자들은 값싼 노동력이 되었고,
여성이 무상으로 재생산하는 역할을 맡아야
값싼 노동력이 계속 창출되어
자본이 대량의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 - 자본주의를 떠받치고 있는 "여성, 자연, 식민지"
- 마르크스는 자본주의를 "노동자와 자본가" 2개 요소로만 구성된다고 잘못 이해했다.
4. 마무리
1) 봉이 김선달과 자본주의의 사유화
봉이 김선달 아시나요?
대동강 물을 자기 소유인 것처럼 속여 판 사기꾼이죠.
자본주의 하니 그 이야기가 떠오르네요.
봉이 김선달은 사기꾼이 되었지만,
토지에 울타리를 치고 소유권을 확보한 사람은 지주가 되었습니다.
2) 육아는 사랑이지만, 희생이기도 하다
육아를 해보신 분은 아실 거예요.
사랑과 보람으로 하는 일이면서도
막대한 시간과 노동, 기회비용을 요구하는 일이죠.
하루하루는 정신없이 지나가는데,
5년, 10년 한방에 훅 갑니다.
게다가 10년간 경력단절녀가 되어
나이 들어 저임금의 일을 하기도 쉽고요.
육아의 희생은 아이가 커가면서 줄지만,
그 경제적 영향은 노후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 소득이 줄고,
-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짧아지고
- 자산 축적 기회도 줄어들 수 있으니까요.
3) 가사노동의 가치를 인정하는 방법
단기적인 육아수당보다 연금이나 복지제도 방식으로 지원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예를 들자면,
- 양육기간 연금 크레딧 (회사 다닐 때처럼 국가에서 절반 지원하는 방법)
육아를 사회적 기여로 인정해 주는 것이죠.
첫째는 5년, 둘째가 있으면 +5년, 셋째가 있으면 +3년을 인정하면 어떨까요? - 건강보험, 사회보험 지원
누군가의 부양가족이 아니라, 개인으로서 기본적인 사회보장이 유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4) 남성과 여성, 서로 다른 희생을 요구받아 온 사회
책 중간에
"딸들 키우다 보니까 우리나라 남자들이 얼마나 못됐는지가 눈에 들어오더라고."
라는 어떤 아버지의 말도 인상 깊었어요.
남성과 여성에게 서로 다른 역할을 맡겨 온 데에는
오랜 가부장적 관습뿐 아니라,
생산성과 효율성을 중시해 온 자본주의 경제구조도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과거 가족임금 모델은
남성에게 가족 부양의 책임을
여성에게 무급 돌봄의 책임을 배분하였고,
현대에 맞벌이가 일반화되었어도,
아직 임금격차는 존재하고,
돌봄의 책임도 똑같이 나눌 수가 없습니다.
이건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버거운 짐 아닐까요?
남녀 모두에게 서로 다른 형태의 희생을 요구해 온 구조라 생각해요.
여성의 무급노동도 자본주의를 지탱하고
남성의 장시간 임금노동도 자본주의를 지탱하고
그러니 우린, 남자 여자 편먹고 싸울게 아니라
서로 힘을 합쳐 사회 구조를 바꾸는 데 힘써야겠죠.
누군가의 삶을 희생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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