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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정돈하는, 인생 탐구

글로벌 K문화를 생각하며 : 축소지향의 일본인, 방향 없는 집중이 만든 일본의 현재

by 키다리 가로등 2025. 1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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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소지향의 일본인

축소지향의 일본인
_1982 이어령

  • 1982년 일본에서 일본어로 출간 되어 베스트셀러가 됨 (당시 50세)
  • 1994년 일본의 시사평론지 [프레지던트]에서 기획한 '지난 백 년 동안 출간된 일본·일본인론 명저 10선'에 선정
  • 7주 동안 7판을 거듭, 4만 부 까지 팔리고, 저자는 일본 전국 순회 강연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냄


"매력으로 스며들어야만 상대방의 마음을 잡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만약 다른 외국인이 한국에 대해 이 정도의 밀도로 쓴 책이 있다면, 저 역시 매우 흥미롭게 읽었을 것 같다고요. 40여년 전에 쓰여진 책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꾸준히 재발행되고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일본과의 아픈 역사가 있기에 비판적인 시각에서만 본 건 아닐까?라는 생각으로 책을 폈지만 오히려 일본 사회 스스로도 명확히 인지하지 못했던 것을 조심스럽고 정확하게 짚어낸 기록에 가까워 보이네요.
 
일본인에게는 보이지 않는 일본을 선물한 이어령.

목차박스
1. 축소지향의 일본인
2. 물건에 대한 호기심, 경제대국
3. 둘째가 되라
4. 축소문화의 최후의 비밀
5. 박쥐의 비극
6. 마무리

 

1. 축소지향의 일본인

p35 일반적인 일본인론 저서에는 아시아를 벗어나 구미와(유럽과 미국) 연관 짓거나 스스로를 아시아의 대표로 여기는, 1세기 전의 목쉰 구호가 지금도 여전하다. 거인이 아니라 난쟁이가 되려는 일본 문학의 전통은 서양 문명을 안 근대에 와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p97 중국과 유럽의 문화에 압도되던 때라 할지라도, 무엇인가를 축소해 손에 잡히도록 작게 개발하는 기술에서만은 단연 앞서 있던 것이 다름 아닌 일본 문화의 본체였다. 
 

  1. 한국에서는 확대하는 접두사는 있어도 축소하는 접두사는 없다.(왕대포, 왕벌, 왕눈이) 그러나 일본에는 축소 뜻으로 사용하는 접두사가 많다.
  2. 접힘, 축소, 다기능, 주머니크기 : 쥘부채(접는부채), 주먹밥, 접이식 우산, 트랜지스터 라디오, 미니어쳐 문화, 도시락 문화(국물없는 음식, 젓가락으로만 식사), 보는문화(시각 위주)
  3. 짧은 일본의 단시 "하이쿠"
  4. 축소의 언어와 시 : "~의 ~의~의 ~"
  5. 주어생략, 결론 유예, 부사만 사용..
  6. 여백많은 정원, 미완의 미
  7. 도구에 대한 사랑 (찻잔, 파친코 유행 등)

 

2. 물건에 대한 호기심→경제대국

"목적으로서의 물건, 기계애"
 
p354 한국은 기독교와 같은 정신 문화를 더 많이 받아들였고, 일본인은 기술(물건)을 받아들였다.  일본인은 유신 이래 문어의 빨판처럼 서구 문화에 달라붙어 놀랄 만한 힘으로 그것을 빨아들였으나, 기독교는 일본 내에서 끝내 세력을 크게 구축할 수 없었다. 
일본인은 막연하고 추상적인 것을 물건으로 느낀다. 그들은 최신 기술로 만들어진 물건을 삼으로써 비로소 현대성을 피부로 느낀다. 그래서 일본인은 '신 발매'에 약한 국민이라는 정평을 받게 된다. (단품보다는 세트 문화)
 
스스로 경제 대국이라고 일컫는 일본의 기적은 아마도 '모노스키'인(물건집착) 일본의 소비자와, 그 일본인의 '축소지향'덕택인지도 모른다.
 
일본인은 구미(유럽과 미국)에서 쇠퇴기에 들어간 업종을 겨냥해 '집중호우식' 수출을 함으로써 상대국의 산업을 쓰러뜨리는 진주만 공격정책을 쓰고 있다고 비난받고 있다. 그래서 요즘 "소련(러시아)과 일본이 없다면 이 세상은 얼마나 살기 좋을까"라는 말이 구미에 널리 퍼져 있다고 한다. 소련을 군사적 위협자, 일본을 경제적 교란자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가즈노코(말린 청어알 상법) : 미국 어부들에게서 일본인들은 비싼 값으로 말린 청어알을 사간다. 그것을 믿고 어획량을 늘리면, 곧 수입량을 줄여버려 값을 떨어뜨린다. 결국 값이 떨어진 말린 청어알은 거저 가지고 갈 정도다. 일본인들밖에 먹지 않는 생선이기 때문에 팔 곳이 없다는 것을 계산에 넣은 상법이다) 
 
(*자기 대문은 닫아놓고 상대방 대문을 열으라는 것이 일본의 자유무역이다. 이솝 우화의 여우처럼 황새를 초대해 접시에 요리를 담아 내놓는 것 같은 일이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
 

3. 둘째가 되라

"서양문화의 태양만을 바라보고 살아가는 해바라기 문화"
 
메이지 유신에서 일본인은 서양 문명에 '따라가서 앞지르라'의 정신으로 여기까지 왔다. 점령이 끝나고 독립국가가 된 1951년에는 저개발국가인 칠레나 말레이시아보다도 GNP가 낮은 나라였다. 그러나 불과 15년 뒤에는 대로마의 후예들인 이탈리아를 추월하고, 그 이듬해에는 유신 당시 일본의 선생이었던 영국을 그리고 또 이듬해인 1968년에는 지식인의 꿈의 나라 프랑스를 앞지른 것이다. 드디어 일본은 1970년대에 들어서며 라인 강의 기적을 낳은 유럽의 모범생인 서독을 앞서고 만다. 그래서 문자 그대로 일본은 GNP면에서 미국 다음의 '니반테'(2인자) 나라가 된 것이다. 
 
일본인의 적성이 레일을 깔기보다 레일 위를 달리는 데 있다는 말의 다른 표현에 불과하다. 누군가가 선두에서 달려주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일본 문화는 무임승차의 문화가 될 수밖에 없다. 
 

4. 축소문화의 최후의 비밀

도시락이나 쥘부채(접이식 부채), 접이식 우산 등 물건이 만들어지면 간편해서 운반이 가능하므로 곧 '확대지향'으로 이어진다. 이 기능 때문에 옛날 쥘부채 장수처럼 온 세계를 상대로 장사를 할 수 있었다. '축소문화'가 '상품'의 기능을 갖는 경우, 필연적으로 확대 문화로 옮겨 간다
 
확대를 지향하게 되면 그 섬세성이나 집중력을 잃고 비참한 결과를 초래하고 마는 것이 지금까지 역사 위에 나타난 일본 문화의 패턴이었다. 진주만 공격 그 자체의 발상을 빈틈을 찔러 일순 일격으로 이긴다는 일본의 검술과 씨름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그 씨름판은 너무나 넓었다. 
 
p440 일본의 역사를 보면 축소지향 때는 번영하지만, 그것이 성공해 너무 순조로워지면 그것을 버리고 히데요시처럼 거대주의로 나가게 된다. 그리고 확대지향으로 향하면 지금까지의 일본인과는 전연 다른 사람이 되어 그 섬세함은 파괴되고 잔인성으로 바뀌어버리고 만다. 
 
칼로 영토를 넓히고 주판으로 시장을 넓히는 확대주의는 진정한 확대일 수 없다. '사랑'이나 '예술'이나 '진리'의 발견이야말로 인류의 구석구석에까지 번지는 확대의 힘이다. 
 

5. 박쥐의 비극

일본인은 백인이 될 수 없다. 그러나 참으로 중요한 것은 '일본인은 황인종도 될 수 없다'는 현실이다. 

[일본 침몰]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나라다. 번영도 일본인만의 번영이었기 때문에 침몰도 일본인만의 것이 되는 셈이다. 인류와 함께 공존하는 번영의 국제 감각이 아직 일본 문화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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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마무리

얼마 전 일본인이 쓴 '저소비 생활'이란 책에 대해 기록했어요. 기술이 곧 미래였고, 소비가 곧 진보였는데, 이제 성장은 멈춘 지 오래기에 현대 사회에 새롭게 적응하는 방식이 저소비생활이 된 것 같아요. 
 
한때 가장 물건에 예민한 나라, 신제품에 반응하던 사회가 지금은 오히려 그러지 않는 삶을 미덕처럼 보고있어요. 미래가 불확실하니 현재를 최소화하는 삶, 축소지향의 일본인에게 자연스러운 귀결인지도 모릅니다. 
 
도쿄가 하루아침에 무너진 관동대지진같은(우리 나라에게는 아픈 관동대학살의 역사가 있지요..) 경험이 일본인에게는 한두 번이 아니었겠죠. 동일본 대지지, 고베 대지진 등...영원한 건 없고, 크면 무너질 때 더 위험하기에 뭐든지 최소화해야 다시 시작하기도 편하다는 축소지향은 일본의 생존전략에서 발전한 것 같아요. 자연앞에 겸손하던 축소가 왜 세계 앞에서는 공격으로 바뀌었을까요? 
 
일본은 중국을 의식했고, 구미를 따라가야하는 후발주자였고, 세계에 나아갈 때도 사상, 종교, 윤리가 아니라 "기술과 물건"을 내놓았습니다.
안으로는 더 조밀해지는 일본이, 밖으로는 더 공격적으로 나가는 모습이 상당히 고립을 자처하는 모양새입니다.
부족함, 욕망과 결핍 등을 언어, 예술, 가치, 사상 등으로 풀지 못하고 콤플렉스라 여기며 영토, 시장, 숫자가 대신 차지하게 되면 결과는 비참해 집니다.
 
축소에 강한 나라는 (잘못된 방향으로 확대를 지향해서) 현재 축소 속에 머무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방향"인 것 같아요. 그리고 그건 스스로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서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콤플렉스인지 정체성인지

방향을 제시하는 능력은 지금 우리 사회를 돌아보게 만드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일본의 과거 역사를 돌아보며, 집중과 확대의 유혹에 빠질 게 아니라, 집중와 연결로 나아가야 함을 배웁니다
 
그 점에서 일본 애니메이션은 물건이 아닌 감정과 세계관을 수출할 수 있는 좋은 아이콘이라 생각해요. 특히나 철학적인 메시지를 주는 애니메이션이 많죠. 어쩌면 그것 역시, 핵폭탄과 같은 극단적인 자연과 역사 앞에서 끝없이 '존재의 의미'를 묻지 않을 수 없었던 내면을 가장 솔직하게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K문화가 글로벌 세상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지금, 확대 유혹에 빠지지 말고, 정체성과 연결에 의미를 둬야함을 잊지 않길 바랍니다.

[시대예보: 경량문명의 탄생]_2025.9.11 송길영_ [p265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진정한 가치가 물건 위에 놓인 ‘상징’에서 비롯된다는 중요한 진리입니다. 만들고 파는 행위는 같을지 몰라도 생산에서 포장을 거쳐 고객이 제품을 만나는 그 순간까지 그 서사에 담긴 철학은 같을 수 없습니다. 단순히 경쟁제품과 구분하는 표식이 아니라, 그 물건을 만들기위해 오랫동안 궁리하며 자신의 고유함을 절대 포기하지 않은 고집스러운 의지, 그 철학의 표상이 바로 ‘브랜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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