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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정돈하는, 인생 탐구

사무라이, 제도의 부재 속 폭력이 직업이 될 때

by 키다리 가로등 2025. 1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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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_2015 이어령_책에 보면,
[p220 왜 우리보다 먼저 기독교가 들어온 일본에서 기독교 신자가 겨우 1퍼센트밖에 되지 않느냐. 한국과 일본의 문화적 차이를 비교하는데 이처럼 좋은 예가 없다. 일본의 문화는 복수의 문화다. 사무라이의 무용담은 어떻게 복수를 했느냐로 결정된다.  (중략) 그런데 기독교에서 가장 으뜸이 되는 가르침은 원수를 사랑하라는 것이 아니냐. 복수의 문화를 가진 사무라이의 나라에서 어떻게 이를 실천할 수 있겠니.]_라는 부분이 있어요.
 
사무라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장면이 있습니다.
복수, 공개 처형, 할복. 
왠지 일본이라는 나라의 ‘특이한 문화’처럼 보이곤 하지요. 
 
과거 일본의 사무라이 사진이나 그림을 보면, 초등 고학년쯤 되는 키를 가진 남자 사진들이나, 사람의 손과 발, 귀를 잔인하게 잘라버리는 그림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심심하면 칼로 베고 베고... 잔인함의 극치를 달리고 있지요. 
 
그런 일본 문화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목차박스
1. 사무라이는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2. 왜 잔인하고 복수를 행할까
3. 영국의 해적들과 비교해볼까
4. 종특인가_위험한 발상
5. 마무리

 

진짜 작네요.. [출처:나무위키]

1. 사무라이는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일본은 산이 높고 골이 깊으며, 지방마다 성격과 문화가 다릅니다. 중앙집권제가 무너지고 지방분권적 봉건제도가 자연스레 발전하였고, 사무라이는 지역 영주를 모시는 무사였습니다. 
 
헤이안시대 후반 귀족들이 지방토지를 지키려면 무사가 필요했기에 무사 가문을 고용했고, 그 후 무사정권이 수립됩니다. 사무라이가 국가운영자가 된 것이지요. 이들은 폭력을 독점한 계급이었고, 메이지유신 시절 사무라이가 사라졌지만 그 정신은 아직 일본의 조직 문화와 윤리에 깊이 남아있습니다.
 

2. 왜 잔인하고 복수를 행할까

사무라이는 '법을 집행하는 존재'가 아니라 '폭력을 개인이 소유한 시대의 전사'였기 때문입니다. 국가 기능이 붕괴되거나 미약하여 법의 집행력을 상실되었기에 폭력을 억제할 상위 권력이 없었지요.
 
폭력은 빠르고 과시적이며 재발 방지를 위해 더 잔인해진 특성이 있습니다. 잔인함이 질서유지 방식이었지요. 사무라이는 질서유지자가 아니라 '질서 경쟁자'였습니다. "약함"이란 공격 대상이었고, 모욕을 참으면(복수를 하지 않으면) 가문이 무너졌기에 복수는 개인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의무였습니다. 개인의 야만성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복수에 실패하면 할복을 하는데, 이미 끝난 인생에서 '가문과 부하를 살리는 마지막 수단'이었던 것입니다. 살아있는 것이 오히려 더 큰 재앙이 되는 사회였기 때문이죠. 이 실패를 나 개인의 것으로 끝내고 가문과 부하를 끌어들이지 않겠다는 선언 같은 거랄까요. 비록 개인 생명은 끝나지만 가문은 존속가능하고 부하도 새 주군을 찾고 의리는 지켰다는 평가를 받게 됩니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할복한 가문은 처벌이 경감되거나 면제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합니다. 
 

3. 영국의 해적들과 비교해볼까

둘 다 무력을 생업으로 삼고 폭력을 통해 질서를 만들려고 한 특징이 있습니다. 사무라이가 잔인해서 무사가 된 게 아니고, 해적이 악해서 바다로 간 것도 아니고 그저 '폭력을 생업으로 삼은 직업군'같은 것입니다. 공포는 가장 싼 통치 수단이었기에 더 잔인하게, 더 공개적으로 처벌해 가며 잔인함을 전략적으로 선택하게 되었고요. 
 
하지만 공동체 사회인 일본 사무라이사회에서는 "나"라는 개인이 거의 존재하지 않았고, 영국 해적은 배를 옮겨 과거를 청산할 수 있는 구조였죠. 그래서 도망, 항복, 배신 등의 선택이 죽는 것보단 나은 선택이 됩니다.
 
사무라이는 '도망칠 수 없는 사회'에서 태어났고, 영국 해적은 '도망칠 수 있었기 때문에' 살아남는 선택을 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집단주의와 개인주의의 영향이 이렇게 나타나는 듯싶어요.
 

4. 종특인가?_위험 발상

종특이란 말 자체가 위험한 발상입니다. 유대인 사례가 있지요. 구조가 만든 결과를 종족 특성으로 치부하게 될 경우 끔찍한 결과를 맞이한 역사가 있어요.

섬나라라는 풍토론이 아니고, 문화가 잔인하고 옛사람이 미개해서가 아니라, 인간은 법·복지·중재 장치가 없을 때 항상 같은 얼굴을 가진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1. 중세 유럽의 기사 
  2. 바이킹 사회
  3. 이탈리아 마피아
  4. 미국 서부 개척시대의 자경단

역사적으로 이런 인간집단은 "국가 이전 또는 국가 붕괴 구간"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표준형 인간집단이었습니다. 법의 공백이 만든 보편적인 인간 행동 특성이랄까요. 민족성 차이가 아니라 역사의 경로 차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도와 법이 중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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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마무리

 
“왜 사무라이는 그렇게 잔인했을까?”
하지만 이제 질문은 조금 달라져야 할지도 모릅니다.
사회는 어떻게 그들이 잔인해질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을까?
문제는 사람이 아니라 그렇게 행동하게 만드는 구조일 가능성이 커요.
 
"폭력을 줄이고 싶다면 사람을 가르치기 전에 제도를 먼저 고쳐라."
 
스티븐 핑커의 [우리 본성의 선한천사]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폭력을 억제하는 장치들이 늘어났기 때문에 세상이 덜 폭력적으로 되었고, 법과 제도 및 복지 등으로 폭력을 개인의 손에서 서서히 떼어내 왔다는 줄거리의 책입니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겠지만, 사회가 바뀌면 사람도 바뀔 수밖에 없습니다. 
선의만 가르칠 게 아니라, 선의가 작동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 그것이 사회가 할 일이지요.
[사회적 원자]에서 처럼 인간은 이리저리 휩쓸리는 존재입니다. 개인의 도덕보다는 사회구조가 우리 본성을 끄집어내요.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가 활발히 활동하게 할 제도를 만드는 것.
우리 본성의 악한천사가 필요 없게 만드는 제도를 만드는 것.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가문도 혈통도 없는 농민출신이었지만 일본 최고 권력을 잡은 이례적 인물입니다. 전쟁으로 먹고사는 무사 사회에서 평화가 오면 실업자와 반란군이 늘어납니다. 특히나 혈통의 정당성이 없는 히데요시는 내부의 문제를 잠재우기 위해 외부 전쟁으로 눈을 돌리게 했어요. 전쟁만 했지 국가를 잘 굴리는 구조는 못 만들었습니다. 전쟁이 멈추면 권력이 무너진다 생각한 것인지...
아마 일본은 기독교를 "서양처럼 제국을 만들 수 있는 정치·정보 조직"으로 생각하고 전략적으로 서양 창구의 역할로 본 것 같아요. 국경을 넘는 그 충성구조를 이용할 순 있어도, 사무라이 사회에서 국가경쟁자가 될 수 있는 종교를 받아들일 순 없었겠지요. 사무라이라는 말이 9세기 헤이안초기에 등장했으니 1000년이 넘는 [복수의 사무라이 문화]라는 역사가 있는 나라입니다.
 
일본은 다른 나라와 달리 예측이 불가하고 변동성이 심한 "지진"이라는 자연환경이 있고, 아마 그런 자연 환경에서는 계획도 의미 없고 기준도 의미가 없게 되어버린 경험때문에, 아마도 보편적인 윤리나 규범 보다는 그때그때 상황에 적응하는 기회주의 방식이 살아가는 데 최선의 선택이었나 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나쁘게 말하면 박쥐...) 땅이 흔들리고 마을이 사라지는 경험이 반복되면 지금 현재 살아남는 방식이 중요해 질 수 있으니까요. 게다가 지형상 도망가기도 쉽지 않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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