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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정돈하는, 인생 탐구

멈추지 않는 신경학자 이야기_On The Move

by 키다리 가로등 2025.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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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더 무브 On The Move
_2015 올리버 색스 신경전문의
Oliver Sacks 자서전 (1933~2015)
 
저자가 82세에 사망하기 전에 쓴 자서전입니다. 
성정체성과 마약중독, 열정적인 의사로서의 여정, 한 인간의 역사가 책 한 권에 담겨있습니다. 
뭐니뭐니해도 당신의 삶 전체가 가장 가치있는 유산이겠죠. 그 어디에도 없는 당신만의 삶이니까요.

저자의 원래 성격이 그런 것도 있겠지만, 말년에 더 무덤덤해져서 그런지 글 역시 아주 담담합니다. 지인들의 죽음과 병에 대해 담담하게 한 두 줄로 끝내니... 역사책에서 '누구누구 사망' 같은 이야기를 읽는 기분이 들 때도 있었거든요. 
 



p89  1958년 갓 출간된 톰건(1929~2004)의 시집 <운동의 감각 The sense of movement>을 읽고 그를 만나기로 결심했다. 그의 시 <온 더 무브>에서 모터사이클 타는 사람이라서 바로 공감이 되었다. 
 
→  이 책의 제목이 왜 on the move인지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정지하지 않고 변화하며, 배우고, 움직이고 살아가는 그의 삶을 잘 보여주는 제목인 것 같아요.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의 유년기, 전쟁기간 대피했던 가학적인 기숙학교의 유배생활, 그리고 여기저기 대륙을 이동하면서, 정말로  on the move의 삶을 살았던 것 같습니다. 
 
p56 잉글랜드에서 탈출해야 할 이유는 또 있었다. 카머스 형도 10년 전 같은 이유로 오스트레일리아에 살러 갔다. 1950년대에는 무수한 남녀 고급 인재들이 잉글랜드를 떠났다. (이른바 '두뇌 유출' 바람을 타고)
 
p85 잉글랜드에서는 누가 되었건 입을 여는 순간 계급이 매겨졌다(노동계급, 중산층, 상류층 어쩌고저쩌고). 다른 계급끼리는 어울리지 않으며 다른 계급 사람과 같이 있으면 불편해한다.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으나 그럼에도 인도의 카스트만큼이나 완고하며 뛰어넘을 수 없는 계급체제였다). 미국이라면 계급 없는 사회, 혈통이나 피부색, 종교, 학력, 직업에 상관없이 모두가 사람 대 사람으로, 같은 종의 인류로서 서로 어우러지며 대학교수와 트럭 기사가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누는 곳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 영국이 망해가는 이유가 보이네요. 당시 유럽인들에게 미국은 정말로 기회의 땅이었구나를 자서전을 보니 더 사실적으로 다가옵니다. 
p365 에서 1952년 이스라엘 초대 대통령 하임 바이츠만이 죽자 차기 대통령감으로 아인슈타인을 추대하려 했으나 그가 거절했다는 대목이 나옵니다. 자서전에서 역사를 알아가네요.
 
p191 <편두통>이란 책이 출간되고 , 타임스. 신문에 "권위 있으면서도 균형 잘 잡힌 뛰어난" 책이라는 논조의 서평이 실려있었다. 그 시절 잉글랜드에서는 알코올중독, 마약중독, 간통, 광고 '4대 죄행'중 하나만 위반해도 의사자격을 박탈당할 수 있었다. 아버지는 이 서평이 '광고'로 비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 
 
→ 과거 영국엔 광고가 죄악시되었다는 사실에 놀라웠습니다. 현대에는 광고가 필수여서요. 스마트폰으로 검색되지 않는 것은 다 망해가죠...
 
 
p82 서머싯 몸의 소설 중에서 바람둥이 섬 아가씨한테 빠졌다가 지독한 딸꾹질에 걸린 남자이야기 가 있다. 우리 환자 한 사람이 뇌염후증후군에 걸린 커피 사업가이다. 수술을 받은 뒤로 엿새 동안 딸꾹질이 멈추지 않았다. 가능한 모든 일반 조치부터 아주 희한한 조치까지 다 해봤지만 듣지를 않았다. 이러다 이 환자 횡격막 신경이라도 차단해야 되는 거 아닌가 하고 겁이 났다. 결국 최면치료사를 불러 최면치료사가 환자에게 최면을 건 뒤 후최면암시를 주었다. "제가 손가락을 딱 치면 눈을 뜰 것이고 더이상 딸꾹질은 나지 않습니다." 그렇게 환자는 눈을 떴고 딸꾹질은 멈췄다. 그 뒤로 다시는 딸꾹질이 일어나지 않았다. 
 
→ 최면치료가 효과가 있었다니...원인모를 질병엔 정신적인 문제가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다시 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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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49 1965년 무렵부터 교통체증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동부는 특히 더했다. 모터사이클 타고 달리던 길 위의 삶, 캘리포니아에서 누렸던 자유와 환희는 거기서 끝났다. 
 
→ 이전까지는 뻥뻥뚫린 도로를 차량을 가진 자들이 신나게 달렸다는 사실이 신기하게 느껴지네요. 지금은 어딜 가나 교통체증이니까요. 그래도 올리버가 유대인 금수저 의사집안이라 저 시대에 오토바이로 길 위에서 자유를 누릴 수 있었겠지요. 
 
p183 1966년 초에 외부 도움 없이는 극복할 수 없는 문제임을 깨닫고 자진해서 뉴욕에서 정신분석 전문가를 구했다. 셴골드 박사였다. 지금도 셴골드 박사를 일주일에 두 번씩 만나는데 거의 50년을 꾸준히 해온 셈이다. 그렇게 세월이 흘렀어도 그는 언제나 "셴골드 박사님"이고 나는 언제나 "색스 박사님"이다. 우리는 이렇게 격식을 지켜오고 있지만 이 격식이 오히려 의사와 환자의 관계에 큰 자유를 준다. 이는 내가 내 환자들과 관계에서도 느끼는 점이다. 환자들은 내게 무슨 일이든 이야기할 수 있고, 나 또한 그들에게 무엇이든 물어볼 수 있다. 일상의 다른 친분 관계에서는 드러내놓기 어려운 문제를 의사와 환자 사이에서는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 오히려 친하지 않아서 무슨얘기든 할 수 있는 자유가 있지요.
 
p184 내가 본 한 젊은 남자는 일요일마다 편두통이 생겼다. 두통이 오기 전에 항상 반짝이는 지그재그 무늬가 보인다고 이야기해 줘서 쉽게 고전적 편두통이라고 진단할 수 있었다. 나는 지그재그가 보이기 시작할 때 곧바로 에고타민 한 정을 혀 밑에 넣으면 편두통 발작을 막아줄 것이라고 했다. 일주일 뒤 그렇게 그 남자의 두통이 사라졌다고 엄청나게 좋아하면서 전화가 왔다. 그다음 주말에는 그 남자가 희한한 소리를 했다. 지루하다는 것이었다. 지난 15년 동안 매주 일요일은 가족이 방문하고 자신이 화제의 중심이 되는 편두통의 날이었는데, 그게 다 없어지니 허전하다는 이야기였다. 그다음 주에는 수차례 천식 발작이 일어나 산소와 아드레날린을 공급받게 되었다. 같은 날 오후 그 환자의 집을 방문했다. 그는 어려서 천식 발작이 있었는데 좀 커서 그것이 편두통으로 "대체되었다"라고 이야기했다. 현재 증상에만 신경 쓰느라 그의 이력에서 중요한 부분을 놓친 것이다. 천식 약을 제안했지만 그가 말했다. "아니에요. 그러면 또 다른 게 생길걸요, 뭐... 박사님, 근데요, 제가 일요일에는 아플 필요가 있는 사람 같지 않으세요?"
내게 이 사례는 무의식적 동기가 때로는 생리적 경향과 동맹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예증이자 어떤 사람의 삶 전체를 관통하는 패턴과 맥락, 그 인생의 유기적 질서에서 하나의 질환 또는 그 치료법만 따로 떼어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예증이었다. 
 
→ 신기한 질환들은 기록해두고 싶어서 옮겨 적었습니다. 가벼운 통증은 그냥 안고 살아야 함도...
 
p186~195  내가 일하던 편두통 클리닉 원장 프리드먼은 명성 높은 의사였다. 내가 책을 낸다고 하자 "멈춰! 일절 보류하게! 주제넘어도 유분수지! 이 책은 쓰레기야."라고 하며 그는 앞으로는 진료한 환자들에 대해 내가 정리한 기록에 접근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모든 것을 꽁꽁 잠가두겠다고 했다. 그걸 책으로 낸다는 생각은 접으라고, 그랬다가는 나를 해고하는 것은 물론 미국 내 신경과에는 발도 못 붙이게 해 주겠다고 경고했다. 
나는 프리드먼이 편두통이라는 분야 자체는 물론 클리닉과 거기에서 일하는 사람들까지 다 자기 것으로 여겼으며, 따라서 그 사람들의 생각과 작업까지 자기 것처럼 쓸 권리가 있다는 그릇된 주인의식을 갖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는 결코 드문 일이 아니다. 제자에게 스승이 연장자로서 아버지 같은 존재가 되어주던 학문적 부자관계가 아들이 청출어람하면서 파탄 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화학자 험프리 데이비와 마이클 패러데이의 관계가 그랬다. 처음에는 패러데이를 밀어주려고 백방으로 노력하던 데이비가 나중에는 제자의 앞길을 막으려고 기를 섰다. 천체물리학자 아서 에딩턴과 그의 빼어난 젊은 제자 수브라마니안 찬드라세카르의 관계 역시 그랬다. 
 
→ 그릇된 권력과 주인의식을 가진 병원장, 잘못된 스승과 제자관계의 예시
 
p207 <깨어남> 1920년대와 1930년대에 뇌염후증후군 환자들을 수용하기 위한 병원이 세계 곳곳에 설립되었다. 그중 하나가 런던 북부에 있는 하일랜즈병원이다. 원래는 넓은 면적에 10여 동의 병동이 포진한 열병 전문이었지만 당시 2만 명에 육박하는 뇌염후증후군 환자를 수용했다. 1930년 말에 이르면서 이 환자들 다수가 사망했고 이 병 자체도 거의 잊혔다. 수십 년이 지나서야 정체를 드러내는 질환인 이 기이한 뇌염후증후군을 다룬 의학보고서 역시 거의 나오지 않았다. 
엘도파(도파민 선구물질)을 사용하자 효과가 분명하고 극적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어서 거의 모든 환자에게 엘도파의 특정 '부작용'이 나타났다. 정상적인 회복력 또는 정상 위치를 잃어버린 것으로 보이는 뇌 조직을 다룰 때는 전적으로 의학이나 약물에만 의존하는 접근법에 근본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음을 깨달았다. 신경과 접근법과 정신과 접근법의 결합이 필요하다. 
 
→ 뇌염증후군 환자가 특정시기에 폭발했다가 그들의 사망으로 없어진 특별한 사례.
 
p388  1990년 아버지가 향년 94세의 일기로 돌아가셨다. 홀로 남겨진 마이클형을 위해 요양원을 찾아냈다. 마이클 형은 이 모든 변화를 의젓하고 의연하게 받아들였고, 칠십 몇 년 살도록 해본 유일한 여행이 여기로 이사한 것이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일런요양원은 기대했던 이상으로 훌륭한 환경이었다. 마이클 형은 이 안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을 배웠고 실용적인 기술도 몇 가지 익혔다. 내가 방문하면 형이 방에서 손수 커피나 차를 끓여 대접해 주었는데 그전까지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다. 형은 또 지하실에 있는 세탁기와 건조기를 보여주었다. 빨래 한 번 직접 해보지 않았던 형이 이제 자기 것은 물론 다른 연로한 입소자들의 빨래까지 도와주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이 작은 공동체 안에서 형은 차츰 자신의 역할을 찾아나갔고 모종의 지위도 구축했다. 거의 한평생을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존재로 무시당해 왔다고 느꼈던 형이 이곳에서 지식인의 자리, 현자의 신분을 얻어 새로운 삶을 만끽하고 있었다. 
또한 형은 평생 의사들을 믿지 않았는데, 이곳 입소자들을 보살피는 뛰어난 의사 세실 헬먼을 만난 뒤로 그 불신의 벽도 깨졌다. 
 
→ 조현병을 가진 형 마이클이 70대에 요양원에 들어가면서 삶을 만끽하게 된 이야기. 오히려 공동체 안에서 현자로 재탄생하게 되었네요. 
 
p455 나는 친형 세 명을 모두 잃고 많은 친구와 동시대인이 세상을 떠났어도 병이나 죽음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러던 2005년 12월, 내 인생에 갑자기 안암이 등장해 극적으로 그 정체를 드러냈다. 오른쪽 눈 흑색종. 
2009년 9월 항암 치료를 받은 지 3년 반 만에 방사선에 약해진 오른쪽 눈 망막에서 출혈이 일어나 완전히 시력을 상실했다. 그 후 왼쪽 인공 무릎관절 수술(슬관절 전치환술)을 받고 재활 운동을 하는데, 공포스러운 통증의 좌골신경통이 재발했고, 그 통증에 무릎을 꿇었다. 척수신경 압박 손상에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신경 통증에는 모르핀도 쓸모가 없다. 앉는 것 자체가 1초도 불가능해졌다. 
 
→  나이가 드니 병이 드네요. 저자는 오토바이 질주 인생, 마약, 각종 사고들로 노년에 더 힘든 건 아닌가 생각도 듭니다. 저는 여기서 신경통증엔 아무것도 쓸모가 없구나... 를 배워갑니다. ㅎㅎ
 
에서 수면병, 파킨슨, 치매 증상과 비슷한 풍토병이 있다는 것 (소철나무 뿌리에 공생하는 박테리아가 BMAA라는 신경독소를 만들고, 소철이 그것을 흡수해 열매에 축적하고, 박쥐가 또 그걸 먹고, 박쥐를 먹는 괌 주민이 병이 걸렸다는 전말이다. 소철나무 씨앗도 충분히 굽지 못하면 중독이 일어난다),
핀지랩 인구의 10%가량이 완전색맹인 유전학적으로 독특한 색맹의 섬이라는 점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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