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주의자 선언
_2015 판사 문유석
이 책은 제가 10년 전에 읽은 책인데,
당시에 인덱스를 여기저기 붙여가며
"맞아 맞아 나도 그래~" 하고 읽었습니다.
지금 이걸 다시 읽어보면 내가 얼마만큼 변했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읽어보게 되었죠. 여전히 재미있었습니다. 이번엔 연필로 밑줄을 그어가며 읽었어요. ㅋㅋ 저자의 책으로 [쾌락독서]도 있는데, 무인도에 가서 혼자 책을 읽고 싶다는 [로빈슨 크루소식 고립주의 가치관]이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아직도 전 "개인주의자"였습니다. 그건 제가 사람들과 자주 어울릴 만큼 에너지가 충분하지 않고, 혼자만의 쉼으로 충전하는 내성적인 성격이며, 이는 어느 정도 타고난 기질로써 바뀌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직장 다닐 때, 뒷자리의 상사 여직원이 제게 그랬었죠. "00씨는 되게 개인주의자 같아요." 그 말에 저도 제가 그런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맞아요. 제가 좀 그런 것 같아요"라고 말했었지요.
당시 저는 여직원끼리 몰려다니며 간식 먹으러 다니는 모습에 이질감을 많이 느꼈었습니다. 아마도 같은 여직원들을 챙기며 관계를 돈독히 하는 과정일 텐데 전 굳이 먹고 싶지 않아서... 그리고 지금 할 일이 많은데... 뭐 그런 이유에서였어요.
2002년 월드컵 당시 국민들이 모두 밖으로 나와 대한민국을 외칠 때, 저는 20살 젊은 청춘임에도 불구하고 "저기 가면 사람들 틈에 끼여 죽겠다. 난 사람 많은 곳은 너무 싫..."라는 생각이 들었고, 친구가 야외에서 스크린으로 월드컵 관람을 하는데 같이 보자고 했을 때, '왜 이 더운 날씨에 이 불편함을 감수하며 이걸 봐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학교 강당이나 운동장에서 월드컵 관람을 같이 할 때 저는 피곤에 못 이겨 꾸벅꾸벅 졸았습니다.
타고난 성향은 바뀌질 않네요.
펭귄이 비둘기처럼 날 수 없듯이.
내 삶을 내가 통제하는 자유로운 삶.
수직관계의 상명하복 관계에서는 얻을 수 없는.
주체적 선택을 존중하는 합리적 개인주의에서
우리의 행복감은 높아집니다.
목차박스 |
1. 행복감을 주는 개인주의적 문화 2. 중립은 지혜가 아닌 특권 3. 마무리 - 합리적 개인주의자의 다음 단계, 목격자 |
1. 행복감을 주는 개인주의적 문화
p51 [행복의 기원]에서 서은국 교수에 따르면, 인간은 관계 속에서 행복을 느끼는 뼛속까지 사회적 동물이다. 돈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행복감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가장 행복감을 느끼는 그룹의 사람들은 천성적으로 사회성이 높은 외향적인 성격이었다. 오랜 진화과정에서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활동, 즉 어울리는 활동을 할 때 뇌에서 쾌감이라는 보상을 주어 이를 촉진시키는 쪽으로 진화한 것이다.
또한, 심리학계의 연구 결과 행복감을 예측하는 가장 중요한 문화적 특성은 개인주의고, 북미나 유럽 국가들의 행복감이 높은 이유는 높은 소득보다 개인주의적 문화 때문으로 본다.
인간행복의 원천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인데 집단주의 문화가 왜 사람들을 불행하게 하는지에 대해 서교수는 이렇게 답한다. 원래 행복의 원천이어야 할 인간관계가 집단주의사회에서는 그 관계의 속성 때문에 오히려 불행의 원천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타인과의 관계가 나의 선호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되는 것이 아니라 내 의사와 관계없이 강요되고, 의무와 복종의 위계로 짜이는데 이것이 행복의 원천이 될 리 없다. 갑을관계, 경쟁관계, 상명하복관계, 나를 평가하고 지배하는 관계, 내가 일방적으로 순종하고 모셔야 하는 관계에 있는 인간들이 과연 나에게 유용한 생존의 도구이기는 할까? 생존의 위협에 가깝지 않을까?
행복에 관한 과학연구 결과 중 가장 씁쓸한 진실은, 개인의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요소는 유전적인 외향성, 사회성이라는 점이다. 내성적이고 사회성이 떨어지는 이들도 행복할 수 있는 사회를 고민해야 한다. 내성적인 이들은 적절한 거리가 유지되어야 행복을 느끼는 체질인 것이다.
2. 중립은 지혜가 아닌 특권
p193 정치, 젠더, 환경, 교육...... 거의 모든 이슈마다 양쪽 극단에서 가장 큰 소리들이 쏟아져 나온다. 목소리가 크고 공격적인 이들이다. 중간에 있는 이들은 눈살을 찌푸린다. 왜 저 사람들은 저렇게 공격적이고, 유연하지 못하고, 비합리적이고, 시끄럽지? 하지만 그 소음 속에는 귀 기울여 들어야 할 진짜 신호들이 있다. 그건 대부분 '힘들어 죽겠어...' '아파....' '억울해....'라는 비명이다.
성폭력을 겪은 이들이 어떻게 온건하고 예의 바르게 성차별과 혐오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을까? 알바로 하루하루 살아가는 젊은이가 어떻게 최저임금 인상이 거시경제에 미칠 영향까지 걱정할 수 있을까. 전쟁으로 가족을 잃은 노인이 어떻게 안보에 대해 지나칠 만큼 예민하지 않을 수 있을까.
줄다리기는 양끝에서 몸을 던지는 이들이 아니라 손수건이 약간 움직이는 것으로 승패가 결정된다. 중간에 있는 이들이 제자리에서 튼튼하게 버텨주지 않고 시늉만 하고 있으면 줄은 한쪽으로 확 끌려가고 만다. 중간자들은 성실한 독자여야 한다. 들어야 할 진짜 목소리를 듣고, 작은 한걸음이라도 나은 방향으로 내디뎌야 한다. 양끝에서 몸을 던지는 이들이 이를 악물고 외쳐대는 욕설 때문에 이들을 비웃어서도 안 된다. 결국 가장 먼저 넘어져 뒹굴고 흙투성이가 될 것은 양끝에서 몸을 던지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먼저 알아야 한다. 지금 내가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중립적이고 합리적일 수 있다면, 그건 나의 현명함 때문이 아니라 나의 안온한 기득권 때문임을.
3. 마무리
합리적 개인주의자의 다음 단계
▶ 성실한 독자이자 목격자
조금 더 차분하고 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는 이유가 현명함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덜 고통받고 있다는 특권때문임을 성찰하라는 메시지가 머리를 한 대 치며 와닿았습니다. 지혜가 아닌 특권이었음을 알아가며, 줄다리기에서 중간에 있는 "합리적 태도의 개인주의자"들이 더 힘을 실어줘야겠습니다.
사람 많은 곳 싫어하고, 시끄러운 것 싫어하고, 극단에 휩쓸리는 것 싫어하는 저 같은 개인주의자들은, 성실한 독자로서 그들의 신호를 듣고 작지만 현실적인 행동을 선택하는 쪽으로 발전해야겠지요. 방관자가 아닌 목격자로서.
최근 읽은 서경식 작가의 [시의 힘]이 생각납니다. 그는 절망의 시대 시의 힘을 이렇게 말합니다.
[말하자면 승산유무를 넘어선 곳에서 사람이 사람에게 무엇을 전하고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다. 끊임없이 패자에게 힘을 준다. 시대가 변하고 세상이 바뀌었다 하더라도 이 사회에 소외되고 상처 입은 사람들이 존재하는 이상, 시인의 일은 끝나지 않는다]
→ 이 부분에서 "죽을 것을 알면서도 몸을 던지며 싸우는 일제강점기의 한국 국민들, 독립투사들"이 연상되었습니다.
그는 또 이같이 말했습니다.
[나는 '목격자'이고자 했다. '목격자'는 방관자가 아니다. '목격자'는 언젠가 증언한다. 그리고 나는 '목격'으로부터 증언까지 2년이라는 세월이 필요했다. 하지만 나의 무능은 나에게 '진실'의 증언을 허락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2. 정돈하는, 인생 탐구] - 쇼펜하우어 인생론, 그의 실용적 통찰을 배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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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박스1. 금수저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배경2. 사랑은 생존본능일뿐3. 명예는 환상이다4. 종교는 보호막이자 권력도구5. 정치는 국민수준의 반영일뿐6. 인간의 삶은 고통이다.7. 고통이 없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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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힘이 되는, 육아 교육 인사이트] - 공부 방법 변화의 결과 _ join the 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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